[현지시간 8월 7일 화요일. 여행 3일]

인도에서의 첫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난 우리. 좁은 더블배드에서 셋이 잔 까닭도 있겠지만, 정말이지 개운치 않은 잠자리였다. 밤새 덥기도 했고, 창밖의 거리는 심하게 시끄러웠다! 어쨌거나 아침이니 아침밥을 먹기로 했다. 나가면서 숙소의 직원에게 근처에 아침식사 할만한 괜찮은 식당을 추천 해 달라고 이야기 했다. 뭔가 추천 해 주기는 했는데, 못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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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호건이다!

정말 솔직히, 우리는 무식하다. 인도의 역사, 문화, 종교따위는 전-혀 모른다. 식당을 찾아가는 길에 마주친 이것을 보고 우리는 헐크호건이다! 라고 했다. (헐리우드 호건이 맞겠지) 어떤 신이기는 하겠지만, 어떤 신인지, 누가 모시는지, 누가 이렇게 잘 관리하고 있는지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다만 헐리우드 호건의 피니시 전 모션을 따라해대며 낄낄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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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큰개

결국 숙소에서 추천받은 식당으로 가지 못한 채 오늘도 인도식 요리는 맛보지 못했다. 아침도 샌드위치로 해결.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개를 끌고다니는 아저씨와 마주쳤다. 개가 워낙에 풍채가 좋길래 굿굿 나이스 독,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는데 사진을 찍으라는 듯 아저씨가 멈춰섰다. (나는 거의 항상 카메라를 지참하고 다녔는데 그게 컴팩트한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 보기에도 한눈에 카메라인 제법 큰 놈이어서,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게 되었다. 이것때문에 위협을 느낀 일도 있다) 아무튼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저 풍채좋은놈이 물어죽이겠다는듯이 짖으며 달려드려 해서 쫄았다. 아-아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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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게이트웨이오브인디아가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는 12시에 체크아웃 했다. 다음 목적지인 아우랑가바드로 가는 기차는 밤 9시경으로 예약되어있었기 때문에 제법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여유란 가지고 다닐 짐이 없을 때 이야기다. 우리에겐 한달을 지고다녀야 할 배낭이 있었다. 때문에 숙소에 체크아웃 타임을 연장하는 대신 돈을 지불하고자 했으나 부르는 가격이 가관. 450. 말도안돼- 짐을 싸들고 밖으로 나왔다. 남은 시간동안 둘러보기로 한 곳은 엘리펀트 섬. 유명한 불교유적이 있는 곳이라는데, 섬인만큼 배를 타고 가야한다. 선착장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뒤편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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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쳐지른다!

하지만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폭우. 우리가 여행한 8월은 인도의 몬순기간이다; 운좋게도 여행 첫날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운이 좋았던 것- 하는 수 없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뭄바이 CST역의 예약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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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도식 식사! 탄두리 치킨이다

와중에 비를 피해 이른 점심식사도 했다. 드디어 첫 인도식 식사. 아는거라고는 별로 없고, 그저 들어본 탄두리 치킨과 케밥을 시켰다. 우리 셋에게 맥주는 주식과도 같은데 치킨에 맥주가 없다니- 하지만 인도 전역을 여행하면서, 맥주가 있으면 치킨이 없고, 치킨이 있으면 맥주가 없는 상황과 과감하게 맞딱뜨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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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PC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 여행의 매력을 여러가지로 이야기 하지만, 나에게 있어 특별하게 다가왔던 매력은 현대와 내가 인식하는 현대 이전의 묘한 공존이었다. 이곳은 식당 근처의 PC방. 고작 4대의 컴퓨터가 전부지만 제법 빠른 속도가 보장되었던 곳이다. 외국인들이 자리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아- 나도 저기서는 외국인이었구나. 왼편의 현지인은 아르바이트..그런데.. PC 4대가 전부인 작은 PC방에 상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둘이다! 이 둘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간격을 두고 다른 두명과 교체된다.. 대체 몇명이 일하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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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멀쩡한 편이다

그리고는 버티기가 시작되었다. 밖에는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고 있었기에 달리 할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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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풍?

와중에 처마 밑에서 바깥 구경도 했다. 전날 예약하러 왔을때는 미처 보지 못한 뭄바이 CST역. 상현이가 이야기 한 대로 제법 크고 유명할만 하다 싶게 생겼다. 음- 다녀오고 나서 사진을 보며 드는 생각이지만, 그리고 허접의 극을 달리는 내 사진이지만, 인도 사진은 참 훌륭한 낚시 떡밥이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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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럼하고 맛좋았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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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과 현지인 못지 않은 상현이. 이때부터 현지인 가이드라 불렀음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어 역내의 작은 매점에서 식사를 때웠다. 빵과 이름모를 커리류, 짜파티 등을 판다. 가격도 싸서 20루피정도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먹은 음식들은 그리 서민적이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먹은 음식은 제대로 서민풍. 의외로 입맛에 맞아 앞으로 맞딱뜨릴 인도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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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클래스의 열차

이윽고 시간이 되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게 되었다. 주워들은바로는 인도는 세계 2위의 철도 강국이다. 대륙이라고 불러도 좋을 국토 곳곳을 거미줄처럼 이은 철도. 배낭여행자들의 절대다수가 기차를 이용해 인도를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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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클래스 객차. 3층에서 자면 선풍기의 위협이 충만하다

우리가 탄 열차는 슬리퍼 클래스. 인도의 열차에는 많은 등급이 있는데, 그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 철도의 경우 열차의 등급에 따라 속도도 다르고 안락함도 다른 각각의 노선이 운영되는데 인도는 그렇지 않다. 하나의 기관차가 끄는 열차에 여러등급의 칸이 나뉘는 식. 그래서 제일 고급의 객차부터 동물들도 같이 타는 객차가 한 열차로 이어져 움직인다. 그 종류가 어떻게 되는지는 거의 까먹었는데.. 에어컨 나오는 2층 침대칸, 에어컨 나오는 3층 침대칸, 에어컨 없는 3층 침대칸, 에어컨 없는 의자칸.. 뭐 이런식으로 나눠진다. 신분과 계급이 여전히 유효한 인도. 물론 돈만있으면 누구나 최고등급의 객차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하나의 열차에 갈라지는 등급의 서비스..인도라는 나라의 특색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이용한 등급은 에어컨 없는 3층 침대칸인 SL. 가격대 성능비로 이정도면 훌륭하다

목적지는 아우랑가바드, 도착 예정시간은 새벽 4시무렵이다. 달리는 기차에서의 밤, 잠을 청하며 하루가 끝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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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에서의 이동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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